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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시드니 기차 체험기!DAILY 2023. 4. 18. 23:00
시드니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건 오페라 하우스인데, 이번에 다녀오게 된 시드니에서 가장 먼저 기억에 남는 것을 꼽으라면 동물들(코알라, 캥거루, 왈라비, 쿼카)이 단연 1등이었고, 2등은 독특한 시드니 기차의 좌석이었다.
시드니 여행에서 나와 함께 돌아오게 된 캥거루 친구
시드니는 특이하게도 지하철이 따로 없었다.
이토록 유명하고 큰 대도시인데다, 딱히 대단한 유물이 묻혀있는 땅도 아니니 당연히 있어 마땅한 그 지하철이 없었다.
그래서 시드니들 돌아다니는 동안에는 ‘내가 지금 시드니 시내에서 기차(?)를 타고 있는 것이 맞나?’ 하며 의문이 들기도 했는데 그게 맞았다.
시드니에는 지하철은 없지만, 버스와 트램(L로 표기되어 있고, 노선별 숫자가 붙음) 그리고 앞서 언급한 기차(T라고 표기되어 있고 마찬가지로 노선별 숫자가 붙어 운영)가 시내외 곳곳을 연결해준다.
여기서 이 별다를 것 없어 보이는 시드니 기차가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그만큼 독특한 점이 있었기 때문인데, 바로 등받이를 움직여 좌석 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아래 영상처럼 이렇게, 등받이를 잡아 당기면 내 앞에 다른 사람이 못 앉게 할 수도 있다. ㅎㅎ
https://youtu.be/yLHUE4FxBJc
원래 나는 이 사실을 모르고 그냥 시드니 기차는 좌석 구조가 참 중구난방이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던 찰나, 앞자리에 앉은 백인 부부가 의자 등받이를 당겨 좌석 구조를 바꾸는 것을 보고 온 얼굴에 느낌표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등받이의 위치가 바뀐다면 팔걸이는 과연 어떻게 되는 것인지 궁금해서 지켜봤는데, 팔걸이 부분도 같이 돌아가면서 일정한 방향으로 유지되는 것도 신기했다.
이렇게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 시드니의 열차는 쾌적한 2층 열차이기까지 했으나, 동시에 시드니 시내로 돌아올 때 내게 정말 큰 시련을 안겨주기도 했다.
시드니 시내에서 시외로 1시간 반가량 기차를 타고 나갔을 때는 아무 문제 없었는데, 돌아오는 길에 최악의 교통난을 겪어야만 했다.
출발역에서 기차가 예정된 시간에 오지 않아 관광객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혼란에 빠진 것은 물론, 엉뚱한 기차가 도착해 승강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탔다가 역무원의 안내에 결국 다시 내리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렇게 간신히 탔던 기차는 갑자기 시드니에 채 들어가지도 못한 채 멈춰섰는데, 모든 사람에게 내리라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을 보고 눈치껏 내렸는데, 당장 어디로 갈 지 몰라 현지에서 앞서 움직이던 사람에게 물어보니 주말에는 종종 기차가 이렇게 끊기곤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역 근처에 대체 버스편을 제공해 주는데 그 버스를 타고 다른 역에 내리면 다시 기차를 타고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미 시간이 많이 지연되어 거리는 어두워지기 시작했고, 인터넷도 말썽에 핸드폰 배터리도 5퍼센트조차 남지 않은 상황에 간신히 다른 역에 도착했다.
그런데 그 역의 역무원은 기차는 조금 전 떠났고, 다음 기차는 언제 올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그 자리에 있던 관광객들은 당황하며 다른 교통 수단을 찾아보았는데, 정말 뜬금없는 지역이었는지 거기서 시드니 시내로 들어갈 수 있는 다른 버스편조차 없었다.
유일한 교통수단은 우버였는데, 50호주 달러 이상은 줘야 시드니 시내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생각보다 높은 가격에 주변 사람들은 이미 항의하고 있던 다른 사람들과 함께 뒤엉켜 역무원에게 소리 높여 항의하기 시작했고, 여전히 전광판에는 그 어떤 기차편도 뜨지 않았으며, 기차역 주변으로는 어둠만이 두텁게 내려앉았다.
한참을 실랑이 하던 도중 갑자기 시드니 시내로 들어가는 단 한편의 기차가 들어오고 있다는 안내가 전광판 위로 떠올랐다.
사람들은 엎치락뒤치락 우르르 몰려들어 그 기차에 모두 탑승했고, 갈 길 잃었던 우리 모두는 다행히 시드니로 돌아올 수 있게 되었다.
현지인의 이야기에 따르면 주말이면 이렇게 기차 연착 혹은 운영 중단이 일어난다고 하는데, 혹시 귀국을 앞둔 사람이거나 일정이 빠듯한 사람이라면 주말엔 절.대. 시드니 밖으로 나가지 말 것을 추천해 주고 싶다.
이 드라마로 인해 1시간 반만에 갔던 거리를 무려 4시간 걸쳐 간신히 돌아올 수 있었으니까.
시드니에 가기 전 우연히 인스타그램에서 호주의 각 도시가 각자 유명한 것들을 자랑하는 내용의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그 때 다른 도시들은 각 도시에서 유명한 맛있는 커피, 자연 등을 자랑하기 바쁜데, 시드니만이 엉망진창의 교통상황을 자랑하기에 ‘그래도 설마’, 했는데 그걸 이렇게 바로 겪게 될거라곤 전혀 상상조차 못 했었다.
시드니의 기차, 분명 매력적이지만 처음 시드니에 도착한 관광객이 주말에 기차를 이용해 시외로 가는 것만큼은 절대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DAILY'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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