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장미꽃모양 젤라또, 아마리노(Amarino)
    DAILY 2023. 9. 9. 17:30

    이탈리아하면 젤라또이기 때문에 여름에 이탈리아를 찾는다면 젤라또를 먹어줘야하는 것은 국룰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밀라노에서 나는 큰 목표가 없었는데, 아무래도 많이들 찾는 주요 관광도시가 아니라 그랬다.
    이전에도 밀라노는 두번이나 간 적이 있지만, 전부 경유지였지, 그 시내조차 나가본 적이 없었다.
    그러던 와중에 기회가 되어 방문한 밀라노의 목적은 딱 두가지였다.

    첫번째, 밀라노 대성당 구경하기.
    두번째, 젤라또먹고오기.

    사실 이탈리아에 젤라또야 어디든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일단 구글맵에 대성당을 검색해서 이동했고, 푸른하늘 아래에 하얗게 놓인 왕관같은 대성당을 만날 수 있었다.

    조각조각 이어붙인 듯한 모자이크의 느낌이 든다.

    대성당 앞은 광장으로 되어있어서 많은 사람들(과 비둘기)이 모여있었는데,
    다른 성당들과 다른 전면부 모습이 티아라같다는 느낌과, 한편으로는 고딕풍의 관같은 느낌이 들었다.
    성당을 외부에서 구경한 뒤, 굳이 실내를 구경할 계획은 없었기에 바로 왼편으로 이동했는데, 여기 또한 밀라노 관광지로 나오는 갤러리아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갤러리아였다.
    아치형 유리천장으로 덮은 내부에 각종 상점이 가득 채우고 있었는데, 샤넬, 루이비통과 같은 명품 브랜드들이 즐비했다.

    저 건물 2층의 커튼 뒤는 어떤 풍경일까?

    그것과는 별개로, 내부 통로는 구경만으로도 눈이 즐거웠는데, 아무리 유럽 곳곳이 닮았다고는 하나, 일반 매장 위편으로 세세한 조각과(심지어 다 다르다) 섬세한 장식이 시선을 잡아끌었기 때문이었다.

    단순히 일자형 통로가 아니라 중간에 이르러서는 십자형으로 이어지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 부분 또한 돔형태의 유리 천장으로 마감되어있었다.
    또 그 아래로는 바로 벽화가 그려져있어서 새삼 유럽인들은 조상 덕을 보고 살아간단 생각이 재차 떠올랐다.

    벽화 위 쪽 부분을 보더라도 그 섬세한 패턴의 장식이 너무 예쁘다.

    여기까지 온 김에 그래도 구경은 한 번 해줘야지란 맘에 사실 입구에서 긴 줄이 늘어서있던 아마리노를 무시하고 들어갔었는데, 쭈욱 통로를 따라 구경하고 돌아온 뒤에도 긴 줄은 여전했다.

    마치 박물관 입장줄처럼 주욱 늘어서 있는 아마리노 줄


    주변 구경이나 해야겠단 맘으로 서둘러 줄에 합류했는데, 사실 처음에는 장미모양이라도 젤라똔데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겠지, 하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이게 큰 오산이었다.
    이렇게 포스팅으론 금방이지만, 줄을 선 뒤 1시간 반 이상을 기다려서야 내 차례가 되었다.
    줄을 서서 기다리며 심심했던 나는 밀라노 대성당 내부를 검색하다 나중에 젤라또 들고 가야겠다고 생각했으나…
    뭐 2시간 가까운 기다림 끝엔 역시 장사가 없었다.

    가까이 다가가니 드디어 가격을 볼 수 있었는데, 제일 작은 게 5,40유로 중간이 6,60유로 가장 큰 게 7,70유로였다. (각2, 2, 3가지 맛이라는 듯)
    물론 그외에도 마카롱이 올라가거나 하는 옵션이 있는데, 장미모양 때문에 먹는 젤라또에 굳이 그걸 얹나, 싶은 모양새였다.
    그리고 마카롱을 얹으면 이미 사악한 가격이 더 사악해지기도 했고.
    사실 나는 컵에 편하게 담아먹는 걸 선호하는 편인데 이 긴긴 기다림 끝에 먹자니 역시 시그니쳐인 장미모양 젤라또를 포기할 순 없었다.

    무려 네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중간중간 빠지긴 하나 한 명이 하나 하나 만들어야하다 보니 시간 소요가 굉장히 길다.

    가까이 가서 진열장을 보고서야 알게된 것은 젤라또 맛의 종류가 10가지도 채 안된단 거였는데, 정말 슬프게도 나의 최애맛인 리조(쌀)가 없었다…
    지금 기억으로는 망고, 딸기, 초코, 피스타치오와 같은 맛들이 있었다.

    내 젤라또도 한 직원분이 옛날 모 드라마가 떠오를 정도로 이태리 장인마냥 한 땀, 한 땀 예쁘게 만들어주셨는데 하나 만드는데 참 오래 시간이 걸렸다.

    드디어 젤라또를 손에 쥐고 기념촬영을 하려고 대성당 앞으로 나왔는데, 앗…이런 이미 녹아내리기 시작했다.ㅠㅠㅠㅠㅠㅠ
    나는 그나마 있는 옵션중에 딸기와 피스타치오를 골랐는데, 딸기 외에는 딱히 맘에 드는 선택지가 없어서 그나마 딸기의 맛을 안 해칠 것 같은 맛으로 고른 거였다.

    젤라또 자체를 평가해보자면, 굉장히 아쉬운 맛과 식감이었다.
    물론 여기는 장미모양으로 유명한 가게일테지만, 여태껏 유명한 젤라또집, 지나가다 있는 젤라또 집도 다 가 본 입장에서는 이탈리아 젤라또의 메리트가 없다고 느껴졌다.

    그럼에도 사진용으로, 혹은 한 번 쯤은 먹어보고 싶어서 이 매장을 찾는 사람이 있다면, 검색해서 사람없는 매장에 가기를 추천한다.
    기억하기로는 예전 파리에서도 이 매장을 곳곳에서 본 적 있는데,  어디든 그냥 줄이 짧은 곳이면 될 것이다.

    그게 아니라 그냥 젤라또가 맛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부디 다른 매장에 가기를 권한다.
    이탈리아에는 정말 많은 젤라또 가게가 있고, 그냥 길 가다 들어가는 젤라또 샵도 맛있고, 당연히 가격은 훨씬 더 저렴하다….
    맛과 모양을 한 번에 잡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불가능하다고 말해주고 싶다…(그리고 무엇보다 아이스크림 하나 먹으려 2시간 가까이 기다려야한다.)



    * 아마리노 한줄평 : 오래 걸리고, 맛은 그냥 그런데 인스타 사진용 젤라또.

    댓글

Designed by Tistory.